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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토)

섬에 유배된 봄, 붉은 동백을 토했다

에이스보… 조회 : 8,512
남해 흑산도


옛 선비들 한 서린 검푸른 바다
동백은 잊으라는 듯 천지에 피고
앞바다엔 홍어잡이 바쁜 손놀림
“흑산도리 문암산은 들어갈수록 나무가 많고/ 흑산도리 바닷가는 경치도 아름답다/ 가지 많은 소나무 바람 개일 날 없고요/ 자식 많은 부모 속 편한 날 없어라/ 싫고든 말어라 너 한사람뿐이냐/ 산 넘어 산이 있고 강 건너 강이 있다/ 흑산도야 박도야 이름난 흑산도야/ 풍란꽃 내음에 향기가 나는구나/ 아리랑 순자야 몸단장 하여라/ 내일 모래리 약혼자 선보러 온단다”(흑산도타령)

목포여객선터미널을 떠난 쾌속선이 한 시간 가량 바다를 갈라 ‘하트 해변’으로 잘 알려진 비금도와 도초도에 사람과 짐을 내려놓기 무섭게 서둘러 서남해로 뱃길을 잡는다. 또다시 파도 높은 망망대해를 헤매기를 한시간 가량, 저 멀리부터 검은 섬 하나가 점점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가 귀에 익은 노랫가락을 흥얼거리자 뱃멀미에 얼굴이 노랗게 들뜬 할머니들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신명나게 뒤를 받친다.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물결은 천번 만번/ 밀려오는데/ 못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 가수 이미자가 불러 흑산 홍어와 함께 이미 흑산도 신화가 되어버린 흑산도 대표노래 ‘흑산도아가씨’다.

흑산도. 산과 바다가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예부터 육지와 멀리 떨어진 데다 뱃길마저 험해 손암 정약전, 면암 최익현 등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귀양지였다. 하지만 이제는 천연보호구역인 홍도를 비롯해 다물도, 대둔도, 영산도, 태도군도, 가거도, 만재도 등 크고 작은 100여개의 아름다운 섬을 거느린 다도해를 대표하는 관광지다.




봄을 맞아 동백꽃이 만개한 요즘 흑산도 앞바다에서는 겨울잠을 깬 홍어잡이가 한창이다. 해가 뜨기 전 꼭두새벽부터 예리항에는 사나흘간 조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홍어잡이배들이 포구에 닿으면 중개인들과 근처 식당 주인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경매에 나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홍어는 미끼가 없는 주낙으로 잡는데 쉽게 상하므로 포구에 배를 대자마자 경매에 들어간다. 8킬로그램 이상 1등급은 40만~50만원이며, 가장 최하위인 4등급은 10만원대 이하로 팔려나간다. 이렇게 육지로 올라온 홍어는 홍어회와 홍어찜, 홍어탕, 삼합 등 독특한 전라도 음식으로 탈바꿈해 미식가들의 입을 만족시킨다. 홍어는 해독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서 소화에 도움을 주고 장 청소 기능까지 갖고 있다. 또한 기관지에도 좋아 남도의 소리꾼들이 목소리를 탁 트이게 하려고 홍어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예리항에서 차를 빌려 섬 일주에 나섰다. 흑산도는 아름드리 동백숲과 후박나무숲, 너도밤나무숲 등 윤기있는 상록활엽수들이 섬을 울창하게 뒤덮고 있어 사철 푸른 빛이다. 깎아지른 고갯길에서 내려다보이는 앞바다 또한 푸르다 못해 짙푸르게 검은색을 띠고 있다. 왜 흑산도인지가 실감난다.



~


흑산도/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가는 길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흑산 가는 쾌속선이 하루 2회(오전 7시50분, 오후 1시20분) 운항한다. 남해고속 (061)244-9915~6. 동양고속 (061)243-2111.

▶잠자리

흑산도에는 흑산비치호텔(061-246-0090)이 유일한 호텔이며, 여관과 민박집이 있다.

▶먹거리

예리항 주변에 흑산도의 명물인 홍어회와 홍어찜, 우럭회와 우럭탕, 전복회와 전복죽 등을 내놓는 전문음식점이 많다. 모래미마을에는 인동초와 더덕, 칡, 당귀, 후박나무 껍질 등으로 담근 약초막걸리와 자연산 우럭 매운탕, 자연산 우럭회뿐만 아니라 보찰(거북손)무침, 톳나물, 촌김치, 돌미역 등으로 차린 시골밥상을 내놓는 부두민박(061-246-3587) 등 민박집 2곳이 있다.

▶문의할 곳

신안군청(tour.sinan.go.kr/) 문화관광과 (061)240-8360~5. 흑산면사무소(heuksan.sinan.go.kr/) 관광진흥계 (061)275-9300. 목포항여객선터미널 (061)243-0116.

정상영 기자

http://www.hani.co.kr/arti/culture/travel/19818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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