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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토)

어둠 떨친 불덩이로다… 거문도 ‘백도’

에이스 조회 : 5,656
서방바위 각시바위 형제바위 왕관바위?.

형형색색의 기암괴석이 나르시스처럼 푸른 바다에 비친 제 얼굴을 사모하는 ‘환상의 섬’ 백도는 거문도 동남쪽 28㎞ 해상에 위치한다.

거문도에서 소삼부도와 대삼부도를 거쳐 해풍에 실려 온다는 난향을 쫓아 한참을 달리면 수평선에 검은 점처럼 보이는 백도가 나타난다. 다섯 개의 보석알처럼 보이는 오른쪽은 상백도,세 개의 점으로 보이는 왼쪽은 하백도다.

39개의 크고 작은 바위섬으로 이루어진 백도(白島)는 바위섬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다 바위가 하얗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유럽의 고성을 닮은 궁전바위 등 온갖 형태의 기암괴석이 푸른 바다를 화선지 삼아 두루마리 그림을 펼쳐놓은 듯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다.

풍광이 아름다워 국가명승지 제7호로 지정된 백도는 오전과 오후의 모습이 다르고,흐린 날과 맑은 날의 느낌이 제각각이다.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는 것도 백도가 지닌 매력. 손재주 좋은 조각가도 감히 흉내낼 수 없는 기묘한 형상의 바위에 그럴듯한 이름과 전설을 붙인 이곳 사람들의 재치도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백도 관광은 유람선을 타고 상백도와 하백도를 8자형 코스로 도는 게 일반적이다. 유람선이 가장 먼저 만나는 섬은 정상에 무인등대가 설치되어 있는 등대섬. 가파른 바위 절벽 사이로 정상까지 계단이 만들어져 있으나 생태계 보호를 위해 학술연구와 취재 목적 이외에는 상륙이 금지됐다.

육지가 그리웠던지 바위섬은 하필이면 동물이나 사람의 형상을 닮았다. 상백도의 형제바위 물개바위 시루떡바위 병풍바위 매바위 탕건여 왕관바위 등 수많은 바위가 저마다의 전설과 사연을 간직한 채 수많은 세월을 비바람과 파도에 맞서 꿋꿋하게 형태를 보존하고 있다.

바다에서 바라보는 백도가 기암괴석의 수석전시장이라면 등대에서 내려다보는 백도는 한폭의 풍경화다. 거울 파편을 흩뿌려 놓은 듯 바다가 은갈치 비늘처럼 반짝이고 거북섬과 삼신암 노적섬 뒤로 하백도가 하나의 섬처럼 보인다. 이따금 가마우지와 갈매기 등 바닷새들이 무리지어 환상적인 비행을 선보인다.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루어진 하백도는 백도 유람의 백미. 서방바위 촛대바위 궁전바위 원숭이바위 성모마리아상바위 거북바위 각시바위 진돗개바위 쌍돛대바위 등이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살짝 모습을 보였다가 사라진다.

백도는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눈향나무 석곡 풍란 등 353종의 아열대식물이 자라는 식물의 보고. 여기에 천연기념물인 흑비둘기와 가마우지 갈매기 등 30여종의 조류,산호와 해면 등 170여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해 남해의 해금강으로 불린다.

백도의 식물 중 으뜸은 풍란. 바닷가 절벽에 뿌리를 내린 풍란은 향기가 강해 멀리서도 희미한 향을 맡을 수 있다고 한다. 풍란의 향기가 얼마가 강했던지 옛날 중국이나 일본의 무역선들이 표류하다가도 풍란 향기를 나침반 삼아 방향을 잡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올 정도.

섬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지만 작은 바위들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썰물 시간대가 가장 감동적이다. 특히 해질녘에 백도의 하얀 바위들이 석양에 젖어 오렌지색으로 빛나는 풍경은 눈을 황홀하게 한다.

거문항에서 백도까지 유람선으로 40분. 백도유람선은 여수를 출발한 여객선이 거문항에 도착한 30분 후에 출발하지만 일기가 고르지 못해 결항할 때도 많다. 백도 유람은 약 2시간으로 배삯은 어른 2만2000원,어린이 1만1000원.

여수(백도)=글·사진 박강섭 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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